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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기 1편 시작과 끝

with_메멘토모리777 2017. 4. 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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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족 제주 여행기 1편  <시작과 끝>

 

 

 

 

 여행 당일 아침은 피곤하다. 설레임에 잠을 설치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날 늦게까지 짐을 챙기고 6시에 기상한다. 빠뜨린 건 없는지 다시 한번 짐가방을 점검한다. 늦어도 9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기에 서둘러 출발한다. 

 

  30분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친 뒤 여유 있게 비행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마음속은 여유롭지 않다. 비행기 공포증이 몰려온다. 20대 때 선배와 함께 첫 해외여행지로 네팔을 다녀온 적이 있다. 밤 비행기를 6시간 이상 탔는데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불편한 좌석 때문이기도 했지만 비행기가 난기류에 흔들릴 때마다 어찌나 무섭던지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뒤로 비행기 공포증이 심해진 듯 하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죽음을 떠올린다.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이라고는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어떻게 끝나느냐만 다를 뿐 모두에게 공평한 게임이 바로 죽음이다.

 

  얼마 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님의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생각난다.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끝이 보이는 이 게임에서 무얼 그리 많이 얻고자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일까? 장자는 인간 세상의 이 같은 헛된 욕망과 다툼을 와우각상지쟁이란 비유로 일갈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죽비와 같다.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권태로운 일상조차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모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두들 죽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어.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텐데.”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모리 교수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배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을 새롭게 만들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 결국 적극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둠이 있기에 별이 빛나듯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현재의 삶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죽음은 한번 뿐인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친구이자 스승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끌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은 <그래도 인생에서 예스라고 말한다>에서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존재다.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며 우리의 시간은 정해져 있다. 우리의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생각하거나, 어떤 가능성을 살리거나, 실현하거나, 성취하거나, 시간을 활용하거나, 충실하게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죽음은 우리에게 그 일을 강제하는 존재이다. ․․․ 죽음은 살아가는 의미의 일부가 되었으며 고난과 죽음이야말로 인생을 의미 있고 행복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 중 하나가 바로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허울 앞에 부와 명예를 쌓는데 온 생애를 바치지만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비로소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세월을 후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여행을 시작하는 날 공교롭게도 인생의 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존재하는 법. 이 같은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좀더 의미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죽음이라는 끝에 대해 생각했지만 여행의 마지막에는 행복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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