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라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스크루지 영감. 어릴적 한번 쯤 스크루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구두새 영감으로 유명한 그는 크리스마스 전날 기부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매정하게 내칩니다. 그날 밤 스크루지는 꿈 속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죠. 끔찍한 미래를 본 스크루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음 날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등 180도 달라진 삶을 살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이 스크루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자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먼저 죽음을 직시하면 현재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모리 교수는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모두들 죽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어.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텐데.”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모리 교수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배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을 새롭게 만들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 결국 적극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이타심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쳐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죽음 교육을 받았던 초등학생들이 성장한 뒤 인성 검사를 실시해보니 죽음 교육을 받지 않았던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착하고, 협조적이며 덜 공격적이었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EBS제작팀과 중앙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함께 한 실험 ‘좋은 죽음 이미지가 기부에 미치는 영향’ 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① 사람들은 지하철역사 안과 도로에 비치된 죽음(긍정적 죽음) 관련 포스터를 보면서 스치듯 지나가게 됩니다.
② 그리고 포스터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캠페인에 동참해 주세요”라고 기부를 호소하는 단체를 만나게 됩니다.
③ 포스터를 보며, 자신의 죽음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기부 호소. 짧은 시간 동안 지나치며 본 죽음 포스터가 과연 기부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 <죽음>, EBS다큐프라임생사탐구 대기획, 책담 -
조건이 비슷한 두 지역에서 기부 캠페인을 벌인 결과, 죽음 포스터가 붙어 있던 지역의 기부금액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약 4배 이상 모금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앞으로의 기부 의도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도 실험 참가자들은 2배 이상 기부 의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중앙대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우리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부정적이지 않게 자주 접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결과를 얻게 된 셈입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죽음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누구도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별이 더욱 빛나듯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소중한 것입니다. 죽음은 한번 뿐인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끝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고 스티브 잡스의 다음 말을 되새겨 봅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열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게 될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온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