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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기 2편, 지금 있는 이곳이 최고야!

with_메멘토모리777 2017. 4. 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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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족 제주 여행기 2편 <지금 있는 이곳이 최고야!>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비행기는 어느새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숙소인 표선으로 이동하여 12시경 짐을 풀었다.

가족들끼리 머물기 참 좋은 펜션이다. 넓은 정원과 독채로 된 방.. 진짜 제주에 온 것 같다.

숙소에서 대여해준 차를 타고 장을 보기 위해 서귀포 방향으로 첫 목적지를 잡았다

천지연폭포 인근에 있는 새섬갈비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가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발견한 장소는 바로 놀이방!

놀이방겸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당초 계획은 밥을 먹고 천지연폭포나 인근 관광지로 이동하여

간단히 관람을 마치고 장을 본 뒤 귀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이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시에 있는 실내놀이터처럼 잘 꾸며진 공간도 아닌데 아이들은 책도 보고 말도 타며 신나게 논다

어른들은 제주의 멋진 관광지에 가고 싶어 안달인데 아이들은 지금 이곳에서 천국을 느끼고 있다.

천국에 왔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웃는 그곳이 바로 천국이다.

1평 남짓 누추한 놀이방이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 진지하고 행복해 보인다

어디서든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조르바를 떠올린다.

 

만사가 조르바에게는 기적으로 다가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그는 소리친다.

이 신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 그리고 새의 신비는?”

우리는 밤이 깊도록 화덕 옆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



아이들은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때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른이 부르는데 왜 못들은 척 하냐고 나무라기도 했다

부모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는 태도를 예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그 같은 행동은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다

못들은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실제로 잘 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어떤 것에 빠지면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사람들이 가장 만족하는 순간은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에 열중할 때라고 말한다

놀이건 독서건 아이들이 무언가에 몰입해 있을 때는 그냥 지켜봐주는 것이 좋다

몰입해 있는 동안 그 아이는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강요나 타율에 의해 무엇인가를 하기 보다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 몰입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는 아는() ()는 좋아하는() ()만 못하고(不如),

좋아하는() ()는 즐기는() ()만 못하다(不如)”고 하였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성공과 행복을 얻는 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뜻하지 않던 놀이?로 인해 시작부터 계획이 어그러졌다

그러나 삶이 어디 계획대로만 되었던가? 그 순간 행복했으니 만족하기로 한다

빨간머리 앤이 그랬다.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들이 알알이 모여 행복한 인생을 이루어 갈 것이라 믿어본다.



시간이 지체되어 일단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2주 살이에 필요한 물품이 꽤나 많다

내 집에 있을 때는 대부분의 생필품들이 고정된 자리에 갖추어져 있어 당연한 듯 사용했었다.

환경이 바뀌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생필품이 필요함을 새삼 느꼈다.

여행은 사소한 것에조차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인생의 잠언서와 같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여행을 떠나라

옛 선인들이 독서와 여행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가 새삼 떠오른다.



장을 보고 중문 쪽에 있는 테디베어 뮤지엄으로 향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곳이지만 마트 근처에 있어 들러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고흐, 아인슈타인, 마릴린 먼로, 이소룡, 스티브잡스 등 유명인의 모습을 한 곰인형들과

 지리,역사,문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한 테디베어들이 재미있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에는 비슷한 곰돌이 인형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휙휙 둘러보고 기념품 샵으로 뛰어들어 간다

녀석들이 관심 있어 하는 건 주인을 기다리는 귀엽지만 비싼 테디베어들 뿐이다.


 

테디베어 뮤지엄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저녁 어스름이다

인근에 있는 롯데호텔로 차를 돌린다

이곳은 10년전 우리부부가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다

둘이 왔던 곳을 10년 만에 다섯이 되어 돌아왔다

감회에 젖어 신혼여행 때 걸었던 산책로며 풍차카페를 아이들과 함께 둘러본다.

나는 의미심장한 말투로 엄마와 아빠가 너희들 없을 때 왔던 곳이야라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런 의미 따위 중요치 않다

왜 걷기만 하냐고 힘들다며 난리다.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장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힘들기만 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멋진 풍경이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그런 시시한 풍경으로 비출 수도 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같은 것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좋은 것을 보느냐 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시간이 늦어져 저녁을 먹으러 이동한다

갈치명가라는 식당에서 생선구이와 해물뚝배기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게 눈 감추 듯 밥을 먹는 아이들

부모는 자식들 밥 먹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가

그래서 시골에 계신 어머니도 매번 갈 때마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한상 차려 주시는가 보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다되었다. 첫날의 일정이 빡빡했다

계획대로 된 것은 거의 없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첫 번째 날이었다

내일은 또 어떤 행복이 우릴 기다리고 있으려나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섯 가족 제주 여행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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