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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족 제주 여행기 4편 <모든건 다 지나간다>

with_메멘토모리777 2017. 5. 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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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족 제주 여행기 4편 <모든 건 다 지나간다>

 

 

8월의 햇빛 아래 물놀이와 소라게 잡기에 빠져 몇 시간을 놀았더니 아이들이 새까맣게 변했다.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물로 한바탕 물놀이 샤워를 마치고 휴식 시간을 갖는다. 저녁을 초스피드로 먹어치우고 어제 마트에서 사온 일기장에 각자 즐거웠던 여행 이야기를 적어본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막내는 무언가 아크로바틱한 그림을 잔뜩 그려놓는다.

 

이불을 펴고 하루를 마무리 하려는데 큰아이가 발에 가시가 박혀 아프다며 울먹인다. 자세히 보니 가시는 아닌 것 같고 작은 조개껍데기 조각인지 모래인지 모를 것이 살짝 박혀 있다. 살에 박혀 있다기 보다 붙어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빼주려고 발을 잡으면 기겁을 하고 도망을 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이 아프다기 보다는 과거의 아팠던 기억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실랑이 끝에 억지로 붙잡아 뽑아주는데 아프다며 대성통곡이다. 그러나 잘 보이지도 않는 모래조각보다 얇은 그것이 뽑힐리 없다. 대충 뽑아주는 척하고 다 뽑았다고 말해주었다. 일어나 걸어 보더니 이제 안아프다며 베시시 웃는다. 아이들은 작은 고통도 견디지 못하고 회피하려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무조건적인 회피보다 그것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려주어야 한다.

 

부처는 인간의 일생이 생노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것이라 가르쳤다. 인간에게 고난과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되도록 고통은 회피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 고통스러운 인생은 실패한 삶이며 행복한 삶만이 성공적인 인생이라 여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이 어디 행복하기만 하던가? 이 세상에 고통 없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지옥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고통과 고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할 수 있는 지혜를 키워주어야 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였던 에픽테투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에픽테투스는 원래 노예였는데 그는 결코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그의 주인은 늘 그를 학대했는데, 어느 날 주인이 그를 화나게 하려고 팔을 비틀기 시작했다. 에픽테투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계속 비틀면 제 팔이 부러집니다.”

주인은 어떻게 하는가 보려고 계속해서 팔을 비틀었고, 마침내 그의 팔이 부러졌다. 그러자 에픽테투스는 평온하게 주인을 향해 말했다고 한다.

거 보십시오. 부러지지 않았습니까

주인은 엎드려 용서를 빌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어가기를 기대하지 말라. 일들이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이라.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오게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가게 하라. 그때 그대의 삶은 순조롭고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고통을 받아드리려 하지 않고 그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신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아모르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오히려 고통은 줄고 삶의 평온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장자의 부인이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다. 그런데 장자는 슬퍼하기는커녕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말했다. “아내가 죽었는데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장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소. 아내가 처음 죽었을 때는 나라고 어찌 슬픈 마음이 없었겠소? 그러나 아내의 시신을 살펴보니 본래 생명이란 없었던 것이오. 생명뿐 아니라 형체도 없었고, 형체만이 아니라 기()도 없었소. 무엇인가 혼돈 속에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가 생겼고 기가 변해서 형체가 생기고, 형체 속에서 생명이 생겨난 것이오. 그리고 오늘은 다시 변해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오. 이것은 춘하추동 사계절이 운행하는 자연의 이치와 같은 것일 뿐이오 

 

장자는 아내의 죽음이 자연의 이치이므로 슬퍼할 필요가 없다며 노래를 부른다. 아내의 죽음을 부정하고 회피하려 했다면 슬픔 속에서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고통 스러운 일을 회피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행과 불행은 항상 우리 삶 속에 공존 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듯 불행과 고통이 있기에 행복도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통과 고난이 없는 지속적인 행복은 권태라는 불행을 양산해 낸다. 또한 더 큰 행복에 집착하게 되어 또 다른 고통을 잉태하게 될 것이다.

 

행복은 고통과 불행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삶이란 행과 불행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것이다. 영원한 행복도 끝나지 않는 불행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 같은 깨달음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또한 행복에 안주하고 자만하지 않는 겸손함을 키워주어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은 가끔 인간에게 빵 대신 돌을 던진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 돌을 원망하며 걷어차다가 발가락이 부러지는데 어떤 사람은 그 돌을 집을 짓는데 이용 한다. 고난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견뎌내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고통의 회피 방법이 아닌 그것을 인정하고 겸허히 수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실수와 실패, 시련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대처할줄 아는 아이로 성장할 때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단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하루 종일 물놀이로 피곤했던지 어느새 곤히 잠들어 버린 아이들. 풀벌레 소리 가득한 제주의 여름 밤.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죽음을 각오할 만큼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특별했던 날이 아닌 평범하고 조용한 어느 날이라고 한다. 아무런 사고 없이 즐겁게 보낸 오늘 하루는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기적 같은 날인가. 내일도 평화롭고 고요한 하루가 되길 기도하며 잠자리에 든다.

 

2004년 인도네시아의 해변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코끼리 투어를 체험하려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코끼리 투어를 체험하려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코끼리 사육사 A씨 역시 아내와 함께 여덟 마리의 코끼리를 이끌고 해변으로 출발했다. 코끼리의 등 위에는 약 10여 명의 외국인 손님이 올라타 있었다.

 

모래사장 위를 평안하게 걷고 있던 그때, 갑자기 코끼리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본디 양전하고 순한 이 커다란 동물들이 공포에 질린 울음소리를 내며 안절부절못하자 A씨는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로 그 시각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부근에서 규모 9의 지진이 일어났던 것이다. 게다가 지진이 일으킨 엄청난 쓰나미가 A씨가 있는 해변을 향해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A씨는 관광객들을 안정시키며 재빨리 코끼리들을 언덕 위로 몰았다. 또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어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그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많은 사람이 쓰나미가 해변을 덮치기 전에 언덕 위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은 고스란히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후에 처참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재난이 닥친 후에야 비로소 평범하고 평안한 순간이 얼마다 소중한지 깨달았다며 입을 모았다 

<느리게 더 느리게, 장샤오형, 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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