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with 등산

봄 속리산 산행

with_메멘토모리777 2017. 4. 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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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푸른 녹음이 아름다운 날 나 홀로 속리산 산행

 

 

 

 

4월의 화창한 어느 봄 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날, 과감히 하루 휴가를 내고 봄 산행을 감행하였다.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속리산...

이전에도 문장대까지 오르긴 했지만 봄 날 홀로 온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평일이라 사람도 거의 없다.

주말에 산에 오면 많은 벅적 거리는 사람들 소리에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을 틈도 없이

인파에 밀려 앞만 보고 산에 오르기 일쑤이다.

그러나 오늘은 오가는 이 하나 없어 그야말로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산행이 되었다.

 

 

 

속리산 법주사 가는 초입에서 휠체어 탄 노인을 또 다른 노인이 밀고 걸어간다.

스쳐가는 말을 들어보니 늙은 아들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산책을 나온 것 같았다.

 

한 때는 휄체어 탄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손을 붙잡고 이 길을 걸었을 텐데, 무상한 세월이 부자의 입장을 바꾸어 놓았으리라. 나의 아들도 내가 늙으면 저렇게 해 줄까를 생각하다가, 문득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저런 살가운 모습을 보인 적이 있는지 반성해 본다.

 

 

 

졸졸졸 물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연녹색 잎을 뽐내는 나무들과 알록달록 색깔의 꽃들

맑은 계곡물과 시원한 바람이 나그네의 산행길을 더없이 즐겁게 한다.

 

 

 지각생 벚꽃 잎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외로워 보이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위로해준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걷다보니 어느새 세심정(洗心亭)에 도착했다.

 

 

세심정을 지나 걷다 보니 재미있는 이름의 다리가 나온다. ‘이뭣고다리한자로는 시심마(是甚麽)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미이다. 줄여서 이뭣고!’ 아마도 스님들이 화두로 삼는 말씀인 듯 싶다.

 

 

 

 

 

삶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 나 스스로 이런 화두를 던지며 발걸음을 옮긴다.

 

 

 

 

동행이 있을 때는 여러 가지 신경을 쓰며 걷게 되는데 홀로 걸으니 자유롭고 편하다

겉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고 내 안의 나와 대화를 한다는 점이 즐겁다.

이래서 깨달은 자들은 홀로 명상하고 구도(求道)를 위한 여행을 다니는 듯 싶다.

나를 만나고 싶으면 홀로 여행을 떠나보시길...

 

 

 

 

 걷고 싶으면 걷고, 지치면 쉬면서 한걸음 한걸음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한 산행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산행을 하다보니 산행 자체가 즐겁고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다.

우리네 인생 또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이 아닌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며

삶 자체를 즐긴다면 좀 더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문장대에 세 번 오르면 극락왕생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나는 네 번 올랐으니 다음 생은 극락정토에서 다시 태어날까?

나는 현재를 살기로 하지 않았는가?

알 수 없는 미래, 오지 않은 앞 날에 대한 상념은 무의미하다.

 지금 이 순간을 춤추듯 살자! 지금 이 삶을 만끽하자!  지금 여기가 이 순간이 극락정토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산행의 과정을 즐겼으니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삶이 답답할 때, 내면의 나와 대화가 필요할 때, 나홀로 여행을 떠나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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