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with 행복

타인의 시선

with_메멘토모리777 2017. 5. 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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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부터 많은 학생들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점퍼를 마치 교복처럼 똑같이 입고 다닌다고 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점퍼를 입지 않으면 놀림의 대상이 되기에 그것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그것과 비슷한 옷은 입어야 하고 더 고가의 옷을 입을 때 우월감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청소년들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고 있다는 하나의 사례이다.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직된 학교 문화 때문이다. 학교는 온통 하지마, 안돼일색이다. 복장, 두발은 물론 자유로운 의사표현도 마음껏 하기 어렵다. 간혹 선생님들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 말대꾸 한다고 핀잔 받기 십상이다. 수업시간에는 순종만이 미덕이며 얌전한 학생이 선행상을 받는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한 학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며 살게 된다.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에는 재미있는 실험이 나온다.

 

<그림1>을 대학생들에게 제시하고 ‘A,B,CX와 길이가 같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낸다. 정답은 당연히 B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는 함정이 있다. 7명의 대학생 중 6명의 학생은 연기자들이다. 이들 6명의 대학생들은 미리 짜여진 대로 틀린 답(정답은 A라고)을 말한다. 그리고 실험대상자 1명이 정답을 말하려는 순간 연기자 6명은 일제히 그 사람을 쳐다 본다. 결국 실험대상자는 타인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답은 A'라고 거짓 대답을 하고 만다. 반복된 실험 결과 대상자 중 70%가 거짓 대답을 하였다.

 

실험대상자들은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과 비난이 두려워 거짓으로 답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쓰다보니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성형외과에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림1>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 라고 한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배우처럼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착각임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EBS 다큐프라임의 또 다른 실험을 살펴보자.

 

사람이 많은 농구장에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한 남자가 들어선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아 부끄러워한다. 남자는 주춤거리며 농구장 관중석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응원한다. 농구경기가 끝난 뒤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상한 옷차림이나 그런 사람 본적이 있나요?” 실험자는 그들 주변에 앉아 있었고, 그를 힐끗 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본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사실은 못 본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일로 바빠 다른 사람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 코넬대 심리학과 토마스 길로비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착각 중의 하나는 우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덜 기울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행복의 기준을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두기 때문이다. 즉 외모나 물질과 같이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인 것이다. 반면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을 중시하는 서구 유럽의 국가들은 삶의 만족도가 높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 그곳에 살고 있는 알브렛슨은 이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삶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즐기는 삶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라고 말한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정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타인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게 되고 행복감은 저하 된다. 다른 사람에게 평가 받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행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도록 하자.

 

 

<행복이야기, 하나>

 

일본 영화 <살다>에는 와타나베 간지라는 노인이 나온다. 간지는 30년 동안 관료체제 속에서 일해 온 공무원이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로 결정했다. 자기 자신을 객체로 생각했고, 언제나 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산다. 친척들이 그에게 재혼을 하기에는 너무나 늙고 매력도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들은 부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멸시한다. 간지는 일을 더 잘해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상사가 그에게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아는 것도 없으니 다른 일은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발을 질질 끌며 무력한 눈빛으로 구부정하게 걷는다.

말기 암 선고를 받았을 때 간지는 자신의 황무지 같은 삶을 되돌아보며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생에 처음으로 삶의 주체가 된 것이다. 그는 온갖 장애를 무릅쓰고 도쿄의 더러운 빈민가에 공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파괴하는 한계도 느끼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이 다 비웃고 있다는 아들의 말에도 신경 쓰지 않고, 친척들이나 이웃 주민들이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라고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창피하게 여겨 그를 모르는 척 행동하는 상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간지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새각하든 개의치 않는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 있으며 자유롭다고 느낀다. 그는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또 했다. 아무것도 그리고 누구도 두렵지 않았고, 짧은 생애 동안 그가 얻은 것을 모두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때가 되자 그가 만든 공원에서 아이들은 그네를 타고 놀고, 그는 흰 눈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다 

- 생각을 바꾸는 생각, 마이클 미칼코, 끌리는 책 -

 

 

<행복이야기, 둘>

 

 며칠 전 둘째아이 학교에 간다고 열심히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내에게 물었다. “왜 미국에서 애들 학교 갈 때는 안 하던 화장을 여기서는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아내의 너무나도 간명한 대답.

여기는 보는 눈이 많잖아.”

재미있다. 미국 사람의 눈은 보는 눈이 아니고, 한국 사람의 눈만 보는 눈인가? 집사람만 탓할 일도 아니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다. 미국에서는 아들의 모양새에 전혀 상관하지 않던 나도, 한국에서는 꼭 잔소리를 하게 된다.

머리 꼴이 그게 뭐냐? 창피하게.”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책망할 때, 꼭 누군가를 의식하는 말이 꼬리에 붙는다.

이걸 성적이라고 받아왔냐? 남부끄럽게.”

제발 옷 좀 그렇게 입지 마. 남사스럽게.”

역시 명품으로 사길 잘했어. 다들 보는 눈이 다르더라니까?”

집 근처 우면산에 가보면 다들 옷차림이 무척 화려하다. 요즘 아웃도어 의류는 무척 비싸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첨단 소재를 써서 그렇단다. 다들 히말라야에 올라도 될 만한 복장으로 동산에 오른다. 5월에 동네 뒷산에서 조난이라도 당할까봐 그런 기능성 등산복을 장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남의 눈때문이다. 꿀리기 싫으니까

- 김난도,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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